다섯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이제

이곳도 그만 두어야겠다.
언젠가 올 날이었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이제 영어 블로그만!)

그동안 방문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꾸벅~

2008/07/08 21:50 2008/07/08 21:50

오늘

*
결국 오늘도 비행기표 예약을 하지 못했다.
장소는 베트남으로 정했는데 루트를 정하지 못한 것이다. 베트남 남북부를 다녀올지
아니면 하노이에서 캄보디아를 넘어갔다 올지.
그리고 혼자 갈지, 아니면 패키지로 갈지도.

혼자라는 상황이 베트남이란 곳의 이미지 형성에,
그리고 나의 관념에 어떤 영향을 주게될까?

---물론 이 모든 건 일단 표가 있어야 가능하다.

**
영주야, 이 집이 마음에 드니? 삼촌이 물었다.
네, 크고 멋져요. 그런데 할아버지를 찾을 수가 없어요. 할아버진 어딨어요?
삼촌은 눈썹을 찡그렸다. 할아버지? 왜 할아버지를 여기서 찾아?
탁자의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영주야, 바보같은 소리 그만해. 아빠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천국에 계셔.
여기가 천국이잖아요. 나는 말했다. 미국이 천국이잖아요. 할아버진 어딨어요? (…)
그러자 삼촌이 말했다. 영주야, 미국은 천국이 아니야. 할아버진 하느님과 함께 계셔.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하늘에 있는 아니었어요?
삼촌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
미국은 매우 멋진 곳이지. 하지만 천국은 아니야.
나는 눈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었다. 삼촌은 그런 나의 표정을 보더니 나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그리곤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였다. 잠깐만. 삼촌이 말했다. 미국은 천국만큼 좋은 곳이야. 미국은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지.
나는 그 말이 싫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 난 삼촌의 무릎에서 기어나온 뒤 똑바로 섰다. 그리곤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이 천국이 아니라면 난 집에 갈래요. 할머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
나는 왜 그들이 행복하게 웃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할머니가 그립지 않은 걸까? 진짜 천국에 있지 않아도 그들은 괜찮을 걸까? 할아버지는 진짜 천국에서 기다리는 중이고 할머니는 날 두고 가버릴 거야. 천국의 계단에 있다는 건 중요치 않아. 난 미국인이 사랑한다는, 그 톡 쏘는 코카콜라는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이곳은 천국이 아니야.
- 안나 지음.천국으로 가는 계단. SPEAK, 2002.

(Do you like the house, Young Ju? Sahmchun asks.
It is very big and nice. But I did not find Harabugi. Where is he? I ask.
Sahmchun's eysbrows wrinkle together. Harabugi? He asks, Why does Harabugi live here?
Everyone at the table is looking at me.
Young Ju, that is a stupid question, Apa says. Harabugi is in heaven.
This is heaven, I say. Mi Gook is heaven. Where is Harabugi? (…)
Young Ju, Sahmchun says. Mi Gook is not heaven. Harabugi is with God.
We are not in the sky with God?
He shakes his head. (…)
Mi Gook is very nice. But is is not heaven.
My eyes turn down. My lips turn down. Sahmchun watches my face. He bounces me on his knees and holds up one finger.  Wait, he says.
Mi Gook is almost as good as heaven. Let us say it is a step from heaven.
I do not like his words. A step from heaven? I crawl off his lap and stand up straight. I say loud in my best voice, If this is not heaven, I want to go home. Halmoni is waiting for me. (…)
I do not understand why they are showing happy teeth. Do they not miss Halmoni? Are they not mad that they are not in the real heaven? Harabugi is waiting in the real heaven and Halmoni will go there without me. I do not care if we are a step from heaven. I take a big swallow of the hurting drink. This is not heaven.)

난 동생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서양을 동경하는 것은 아니야.
우리나라가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다만 이곳이 괴로울 뿐이야.
그러자 동생은 말했다. 거기라곤 안 괴로울 것 같아? 거기나 여기나 똑같아.
...... 하지만 어쨌든 무엇이라도 난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
오늘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A Step from Heaven을 사게된 계기엔
표지 사진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책엔 표지 인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아, 궁금하다. 누굴까?

****
마트에 가서 상토와 화분을 사왔다.
금요일 밤, 내 책상에 있던 화분을 툭 건드려 화분이 화장창했던 일이 있었기에.
불쌍한 내 무늬산호수!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화분을 큰 걸로 샀기에 무늬산호수에겐 더 나은 일이 될지도.
고난 끝에 행복이? 잘하면 이제 지하경이 올라오는 것도 볼 수 있겠다.

*****
문제가 클러치 유격에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유격을 조절하니 기어가 잘 걸린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걸렸다 안걸렸다 한다는 거다.
뭐가 문제일까? 계속 잘 안되면 엔진부근에 있는 클러치 케이블을 손봐야될듯.
불쌍한 내 레드테일!
어디 제트 블랙처럼 슬픔을 감추고 사는 성격 괄괄한 솜씨좋은 정비사가 없을까?

******
조각에 관심이 생겼다. 또 얼마의 비용이 들진 모르겠으나
조각을 직접 해서 반지나 목걸이, 어떤 동물의 형상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주술적인 의미까지 들어가면 더욱 재미있겠지?

저녁 먹고 서점에 가서 문 닫을 때까지 앉아있다 와야겠다.

*******
만일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한 명의 노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동양보다는 대항해시대가 존재하는 서양의 노예가 되어
현명하고 인자하며 호기심 많은 어린 주인을 만나
그 아래서 책을 읽고 자연을 탐구하며 그간 얻은 지식을 그에게 전해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운이 좋으면 어린 주인을 따라 여러 곳을
여행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밤새도록 그와 토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때때로 자연이 주는 경외에 감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노예라는 신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에게 현대사회는 또다른 노예사회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내부로 깊이 숨어들어 이 새로운 노예제를 숨기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자본과 신분의 노예제는 이젠 치유조차 불가능하다.

인류가 그토록 동경하고 갈망하던 자유! 그러나
무한한 자유란 무한한 경쟁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다.

********
몇 살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오래 전, 아마도 10살이나 11살이 되었을 그때,
나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친척집에 놀러가 벽에 걸려있는 이상한 그림을
주의깊게 관찰하곤 했다. 갖가지 원색들을 강렬하게 대비시켜 놓았던 그 그림들은
꼬여있거나 뒤집혀 있는 도로, 계단, 사다리들을 묘하게 연결시켜 놓은
기괴한 그림들이었다. 그 그림 속의 사물은 안과 밖에 없었고 위와 아래가 없었다.

에셔의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보면서
나는 문득 그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곤 지금에와서, 어쩌면 내가 예전에 보았던
그림들은 에셔의 그림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적어도 그의 그림을
흉내낸 어떤 그림들. 그리고 또---
그때 내가 어떻게 해서 이런 그림들이 존재할 수 있는지, 오류와 착시는 무엇인지,
실재로 이런 건물들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했지만, 정작 그런 그림이 삶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약 20년 전의 일이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건 신비한 경험이다.
난 내 유년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항상 생각해왔지만
때때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이처럼 현현처럼 떠오르곤 한다.

기억이란 신비한 현상이다. 인류는 아직 이런 신비를 파헤치지 못했고
그렇기에 아주 오랫동안, 마치 우리 선조들이 세계에 대한 의문을 품었던 것처럼,
세상을 설명하고픈 한 욕망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
나는 날 둘러싸는 불안한 엄습의 기운이 무엇 때문인지 안다.
난 그날의 내가 원하고자 했던 바를 이루지 못할 것 같을 때 그런 불안에 빠진다.
그럴 땐 무작정 해야될 일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당장 시작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2008/07/07 01:59 2008/07/07 01:59

오늘

*
돌아오는 길에, 더워서 슈퍼에 들러
'그린 애플'이라는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아작아작 씹히는 게 정말 맛있었다. 왠지 자주 사먹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같이 사온 '칸타타'는-그날따라-최악이었음.

아, 시원한 게 또 그립다.

**
어머니와 함께 전시를 관람할 때의 좋은 점은
호기심이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는 점이다.

***
가족과 함께 페르시아 유물전에 다녀왔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아케메네스 왕조 시대의
페르시아 제국 유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기원전 4000년 전의 정확한 출토지를 알 수 없는 유물부터 시작해서
사산 왕조의 유물까지. 정확히 말하면 조로아스터교의 페르시아 제국을
마지막으로 계승한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이슬람 이전 시대) 시대까지의
페르시아 지역 유물전인 셈이다.

놀라운 건 세공기술과 착색기술이었다. 기원전 2000년의 작품인데도
놀랍도록 정교했다. 기원전 2000년이면-삼국유사에 따르면-우린 이제 고조선이 건국된 시기인데.

그런데 AC 500년 경 사산왕조의 세공기술은 신라시대의 그것과 비슷해보였다.
우린 그때도 (마치 1980년대의 대한민국처럼) 급격한 문명화를 이룩해낸 걸까.

****
오마르 하이얌의 시 두 편.

1.
기쁨을 위해 노력하라.
삶은 한 순간을 가져다 줄 뿐이네.

이 세상의 현상과 인생의 본질이란
모두 꿈이며, 환상이며, 한 순간의 현혹이네.

- 오마르 하이얌, 페르시아 시인

2.
그대 잠을 깨라.

먼동이 트자 태양은
밤의 들판에서 별들을 패주시키고

하늘에서 밤마저 몰아낸 후
술탄의 성탑에 햇빛을 내리쬔다.

아침의 허망한 빛이 사라지기 전
주막에서 들려오는 저 목소리

"사원의 예배 준비가 끝났거늘
어찌하여 기도자는
밖에서 졸고만 있나."

꼬기오, 닭이 울자 주막 앞에서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

"문을 열어라
우리들이 머물 시간은 짧디 짧고
한 번 떠나면 돌아오지 못하는 길"

지금은 새해,
옛 욕정이 되살아나고

생각에 잠긴 영혼 고독으로 돌아가니
거긴 모세의 하얀 손이 가지 위에 내밀고
예수의 숨결이 대지에서 꽃피는 곳

장미꽃 만발하던 이람 정원 사라지고

잠쉬드의 칠륜배도 간 데 없지만

루비가 불붙는 포도원은 예와 같고
숱한 정원이 물가에서 꽃피우네

다윗의 입술 다물렸지만, 울리는 건 거룩한

펠레비 노래,
"포도주를 다오, 붉은 포도주"

핏기 없는 얼굴을 물들이고자
장미에게 애소하는 나이팅게일

오라, 와서 잔을 채워라, 봄의 열기 속에
회한의 겨울 옷일랑 벗어 던져라
세월의 새는 멀리 날 수 없거늘

어느 새 두 날개를 펴고 있구나

-오마르 하이얌, 페르시아 시인

2008/07/06 00:18 2008/07/06 00:18